최근 UX Design Tool 2019 Survey에 따르면 피그마의 이용률 상승세가 뚜렷하며, 이제는 스케치의 절반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피그마 베타 시절부터 피그마를 어반젤리스팅하던 사람으로서 이같은 현상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 이같은 확장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그 영향력이 증대될 거라는 확신 아닌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단순히 UI디자인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디자인 소프트웨어'로서, 과거 2000년대 초반의 포토샵의 위상만큼이나 대중적인 소프트웨어로 디자이너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자리잡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서 개인적인 견해 몇 가지를 밝히고자 합니다.
피그마의 미친 확장성
윈도우XP에서도 돌아가는 디자인 프로그램
피그마는 현시대 애플리케이션의 기술적 흐름인 범용성에 잘 부합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앱이 리액트 네이티브라는 하이브리드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기술로 구성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최근에는 어떤 플랫폼에서든 거의 동일한 수준의 UX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피그마는 개발부터 웹기반으로 제작이 되어 브라우저만 켤 수 있는 환경이면 어떠한 디바이스에서든 접속을 하여 그래픽 에디팅을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윈도우XP에서도 일정 버전 이상의 크롬만 설치할 수 있으면 피그마 사용이 가능하다는 소리입니다. 당장 UI디자인 툴의 경쟁자인 스케치가 갖는 맥OS 중심의 폐쇄적 환경과 상당히 대조적인 부분입니다. 윈도우를 호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리눅스를 비롯 모바일 환경에서까지 모두 실행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피그마인 것입니다.
공짜로 아무나 쓸 수 있고, 아무에게나 공유할 수 있는 디자인 프로그램
피그마의 확장성은 단순히 기술적 차원에서 플랫폼 범용성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의 내용 또한 확장성을 지향합니다. 구글독스의 디자인 소프트웨어 버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누구와도 쉽게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며, 디자인 산출물의 공유 또한 특별한 접근 권한 없이도 웹페이지 형태로 공유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간결한 기능성과 사용성은 구글독스가 그랬듯이 일반 사용자들 중심으로 그 확장세가 앞으로 무섭게 성장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단계에서 피그마는 특별한 마케팅이나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고, 거대한 자본이 뒤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최근 가시적인 성과가가 나타나기 시작한 피그마에게 이제 슬슬 투자자본도 들어가기 시작할 것이고 마케팅 등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경우 제품의 가치가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전파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 사용자들이 인지해도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스케치(맥의 점유율과 스케치의 가격)와는 달리 피그마는 전파될 때 바로 공짜로 이용이 가능하며, 안정적인 기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경우 일반 사용자들을 기점으로 사용률이 폭발할 수 있습니다. 마치 2000년대 초반 포토샵은 모두의 공공재(?)였던 것처럼요.
UI디자인 아닌 디자인 프로그램으로서 가능성
그러면 일반 사용자들, 여기서 일반 사용자들이라 함은 비디자이너 사용자들을 말하는데, 이 사용자들이 과연 UI디자인 프로그램 툴인 피그마를 많이 사용하겠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제품의 포지션은 UI디자인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이건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보아도 전혀 문제가 없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비단 UI뿐 아닌 소셜용 이미지나, 배너, 기타 디지털 환경 또는 심지어 출력을 위한 디자인 제작에 피그마를 사용합니다.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기능은 모두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벡터 그래픽 소프트웨어라는 점에서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것입니다. 과거 포토샵의 대중화가 밈(짤) 제작용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미지 중심의 정보문화가 더욱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모든 데이터가 이미지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 사람들은 범용성이 높으면서도 전문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피그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거 어도비와 코렐, 그리고 어도비와 매크로미디어 등과의 그래픽소프트웨어 점유율 싸움의 전례에서 볼 때, 승자는 항상 대중성을 등에 업은 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앞으로 스케치와 피그마의 경쟁에서 대중성을 등에 업을 쪽이 어딘지는 매우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피그마는 전문적이다
범용성이 높고, 심지어 공짜이기도 한 프로그램이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사실 지금 웹애플리케이션 기반으로 해서 상당히 다양한 수의 프로그램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UI디자인 툴의 경우에는 성격이 좀 다를 수 있으나 인비전 스튜디오나 일일히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들이 존재하며, Canva나 한국에서 출시한 어떤 망고 무슨 프로그램들처럼 웹 기반의 디자인 프로그램들은 많습니다. 다만 이 제품들 면면을 들여다 보면 기능이 제한적이거나 기능을 많이 제공하더라도 안정성이 부족하거나, 또는 UX 차원에서의 수준이 낮아 사용이 어렵다거나 하는 문제점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그마 개발진들의 백그라운드는 정확히 모르지만 일단 UX 측면에서는 많은 빅네임 실리콘밸리 기업 출신들이 포진하여 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Design Details 팟캐스트 운영진이 UX디자이너로 참여했던 것으로 아는데 당시 적극적으로 유저 피드백을 받으면서 제품을 발전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피그마는 최상위 디자인 리더들에 의해서 관리되어짐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능적 발전성을 보이고 있는 제품임과 동시에, 현재 그 자체로 벡터 프로그램으로 굉장히 우수한 기능성을 보여줍니다. 최근에 제가 자주 사용하는 Serif의 Affinity Designer와 비교할 때 벡터 드로잉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피그마가 더 우위였으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타이포그래피나 레이아웃 제작 작업에 있어서도 피그마가 더욱 작업 효율이 좋았습니다. UI디자인 측면에서 스케치가 제공하는 거의 모든 기능을 제공합니다. 더불어 최근에 등장한 플러그인들은 웹 기반 언어로 구축이 가능하여 매우 확장성이 높은 개발 환경을 써드파티 개발자들에게 제공합니다. 피그마 플러그인 생태계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점이 바로 이러한 부분입니다.
결론
앞서 밝혔듯 소프트웨어 경쟁 시장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어도비가 그랬고, 또 오토데스크가 그랬듯이 항상 대중성을 등에 업은 쪽이 살아남았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앞으로 스케치와 피그마의 경쟁에서 대중성을 등에 업을 쪽이 어딘지는 매우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피그마의 엄청난 확장성과 UI디자인 프로그램, 더 나아가 벡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서의 우수한 완성도를 들 수 있습니다. 일반 사용자들에게 피그마가 알려지면서 이미지 제작에 필요한 디자인 프로그램으로서 마치 지금의 구글독스가 지니는 만큼의 영향력과 대중성을 얻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마치 포토샵처럼 피그마가 일반 명사화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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